'부산시 새벽 일자리 쉼터'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웃에 대한 사회의 작은 배려가 지친 이웃에 삶의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시 제공
부산 반여농산물시장역 광장 인근. 작은 컨테이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 컨테이너는 하루 일거리가 연결된 일용노동자들이 새벽부터 나와 '봉고차'를 타기 전 잠시 김이 모락모락 스미는 음료를 마시고 난로를 쬐며 언 마음과 몸을 데우는 곳이다. 혹한기 및 최근의 꽃샘추위에 노출된 일용근로자들의 소중한 공간 '부산시 새벽 일자리 쉼터'이다.
새벽녘 일용직 노동자들 모이는 부산 반여농산물시장 인근 광장 3~4평 남짓 컨테이너가 생겼다 따뜻한 차와 온기가 피어오르는 市에서 만들어 위탁 운영하는데 채광수 목사의 단체가 나섰다 하나님 말씀 실천할 요량으로 낮은 곳 귀퉁이에 사랑이 빛난다
만들어진 것은 최근이다. 지난 1월 중순께 서병수 부산 시장이 반여농산물시장을 돌다가 인근 광장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목격하고 이를 안타깝게 여겨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공간은 3~4평 남짓. 조촐한 차 한 잔과 추위를 피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훈훈한 온기를 느끼며 삶과 노동의 의욕을 충전시킨다. 부산에는 새벽 일용노동자들의 집결지(인력시장 포함)가 여러 곳 있다. 하지만 부산시가 직접 따뜻한 차와 편의를 제공하는 장소는 이곳이 처음이다.
부산시는 시범적으로 새벽 일자리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새벽 4시부터 아침 8시까지 운영한다. 인근 농산물시장 상인과 회사원들까지 많게는 하루 70여 명 정도가 이용하며 특히 여성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질적으로는 부산 유일의 무료직업상담소인 '부산시 일일취업안내소'를 위탁 운영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인 '부산 레일아트'(대표 채광수 목사·감천 선교교회 담임목사)가 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시는 연 3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채광수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실천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말씀"이라며 "저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설교를 실천할 수 있어 목회자로서 긍지와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가 새벽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지만, 이들은 쉼터에서 행정의 온기를 느끼며 아침부터 기분 좋게 출발한다"고 좋아했다. 덧붙여 채 목사는 "추위와 사회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현장에서 새삼 종교의 사회 사역의 의미를 새기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